[천자 칼럼] 조계종 종정

입력 2022-03-30 17:27   수정 2022-03-31 00:21

불교 종단의 지도부는 대체로 종정과 총무원장으로 이원화돼 있다. 가장 큰 종단인 조계종을 비롯해 태고종, 천태종 등 주요 종단이 모두 그렇다. 종정은 종단의 법통을 계승하고 최고의 권위와 존엄을 갖춘 정신적 지도자다. 종단 행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대외 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종단의 ‘최고 어른’으로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비롯한 주요 행사 때 법어를 내려 가르침을 편다.

역대 조계종 종정 가운데에는 유명한 분이 많다. 일제강점기에 조선불교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은 왜색 승려들과 일제의 발호를 보다 못해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삼춘(三春)의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다”며 오대산 상원사로 들어가 27년간 동구불출(洞口不出·절 밖으로 나가지 않음)했다. 비구(독신승)·대처승 분규를 마무리하고 1962년 출범한 통합종단의 초대 종정을 맡았던 효봉 스님은 일제강점기 판사 출신으로, 한 번 앉으면 엉덩이가 짓무를 만큼 수행에 몰입한 ‘절구통 수좌’로 유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을 종정은 역시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이다. 해인사 백련암에 머물던 성철 스님은 1981년 종정으로 추대됐으나 서울에서 열린 추대 법회에 참석하지 않고 법어만 보냈다. 그 유명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다. 신군부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했지만, 편견 없는 눈으로 만물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깊은 뜻을 헤아린 이는 많지 않았다.

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스님의 추대 법회가 30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렸다. 이날 법상에 오른 성파 종정은 “많은 이야기를 준비해왔는데 통도사에서 서울까지 오느라 다 잊어버렸다”며 미리 배포한 한문투의 법어 대신 일상의 언어로 가르침을 전했다. “계절의 봄은 왔는데 우리 인간의 마음은 왜 그리 안 풀리고 꽃을 못 피우는지…. 이 사회와 세계의 얼어붙은 마음에 따스한 마음을 불어넣어 웃음꽃 피우도록 하는 것이 불자들의 의무와 책임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있던 것 싹 다 잊고 초심으로 돌아가 오늘을 새로 시작하는 기점으로 삼았으면 한다. 그러면 우리 가정, 사회, 국가가 새로 출발할 수 있지 않겠나.”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 초발심이 바로 ‘바른 깨달음’이라는 얘기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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